[한·미 FTA발효 100일 긴급 진단 <1>] 섬유부문 단체장 좌담회, "아직은 체감효과 적어…원산지 기준 룰 바꿔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오는 22일 100일째를 맞는다. 양국 간 FTA 협상이 한 창일 때부터 섬유품목은 자동차 부품과 함께 가장 큰 수혜 종목으로 주목받았다. 의류, 원단, 봉제로 대변되는 섬유산업은 미주 한인커뮤니티 경제 활동의 근간이기도 해 기대치도 높았다. 하지만 정작 FTA 발효 후 섬유업에 종사하는 자바의 한인 기업인들은 고개를 갸웃뚱하고 있다. FTA 특별 관세혜택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FTA 효과가 정말 없는 것인지,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어떤 것인지를 섬유부문 단체장들과의 대담을 통해 알아 봤다. 대담은 15일 중앙일보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한인의류협회 크리스토퍼 김, 원단협회 구본준, 봉제협회 이희복 회장이 나눈 대화를 '한·미 FTA 발효 100일 기념 특집시리즈' 1탄으로 지상중계 한다. ◇FTA효과 당장은 없어 -미국 경제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FTA가 시작됐고, 발효 100일 앞두고 있다. FTA 수혜품목으로 꼽히는 섬유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먼저 현재의 시장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의류 김 회장: "FTA가 시작된다고 해서 사실 자바 한인상인들은 큰 기대를 했다. 관세가 낮아지면 주문도 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희망으로 들뜨기도 했다. 한국 원단을 주로 사용하는 의류업체들은 수입원단상들이 당연히 가격을 낮춰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원단 구 회장: "FTA로 인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원단의 관세가 인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하 폭이 큰 것은 아세테이트처럼 자바 의류상들이 주로 사용하는 종류가 아닌 것 뿐이다. 자바에서 주로 쓰이는 폴리에스터류는 양국간 협정에 따라 10년간 해마다 1%수준씩 낮아지게 돼 있다. 게다가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한국산 원단은 FTA 발효 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크게 올랐다. 원단 가격은 10%가 올랐는 데, 관세 인하율은 1~2% 수준이니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다. FTA효과가 전혀 없는 셈이다." 봉제 이 회장: "봉제 쪽도 FTA로 인한 혜택은 못 느끼고 있다. 중국에 제조를 맡기던 의류업자들이 '메이드 인 USA'로 수출 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 로컬 생산을 일부 늘리고 있다는 말은 있지만 피부를 느낄 만큼은 아니다. 올해 들어 봉제업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FTA로 인한 것이기보다는 봉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감에 비해 일손이 부족하니 바쁜 것일 뿐이다." ◇봉제 인력부족이 문제 의류 김 회장: "최근 의류협회에서 회원사들을 상대로 FTA와 관련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원산지 증명의 까다로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옷의 경우 FTA 원산지 결정기준(얀-포워드 룰)에 맞춰 거래하면서 관세혜택을 보기가 너무 어렵다. 자바의 경우는 중·저가품 위주로 신속·대량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데, 원사부터 한국이나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써서 직물, 봉제까지 하다보면 단가가 높아 져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이 아무리 인건비가 올랐다고 해도 현재의 원산지 결정 기준에 따른 관세인하 혜택으론 그 차이를 해소할 수 없다. 현재의 FTA 조건이라면 고가품 위주로 생산형태를 전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험을 하기에 자바의 중소도매상들은 불가능하다. 모험이고 갬블에 가깝다." 봉제 이 회장: "봉제 인력 부족도 같은 맥락이다. 원사 이후로 모든 공정이 한 곳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로컬엔 봉제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한국에서 '메이드 인 USA' 효과가 크다지만 정작 미국에서 대량의 봉제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옷의 경우는 납기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예전같으면 한 달이면 될 일이 지금은 한 달 반에서 두 달까지도 늘어지고 있다." 원단 구 회장: "봉제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관세 인하 효과를 보기 위해 로컬에서 생산이 늘어야 원단 수요도 증가한다. 결국 봉제가 FTA섬유산업의 '병목 구간'인 것 같다. 의류 김 회장: "봉제 인력 부족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가 동두천에 '두드림센터'라는 봉제단지를 조성 중이라 지난해 방문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1개의 봉제공장에서 5~6명 정도가 일하는 수준이었다. 한국도 인력이 모자라 아시아와 멀리 아프리카에서까지 데려오는 실정이다." 기대 못미친 수혜종목 발효전 원단값 두차례 올라 관세율 인하는 1~2% 불과 딜레마 빠진 업계들 원산지 기준 맞춰 생산하려면 고가품위주 전환 위험부담 커 장기적으론 긍정적 한국산 원단 수입상 창업 부쩍 생산기지 자바로 이전도 늘어 ◇원산지 규정 개정해야 - 섬유의 경우는 FTA 최대 수혜 종목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면 섬유는 FTA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지 않나. 의류 김 회장: "얀-포워드 룰'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원산지 결정기준을 원사 이후부터가 아닌 역외 가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원단 구 회장: "원산지 기준을 가공단계로 높이게 되면 교역규모는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 북한 개성공단 인력을 활용하고 미국은 멕시코에서 봉제를 하는 것을 인정하는 식으로 룰을 고친다면 획기적일 것이다." 의류 김 회장: "얀-포워드 룰에 대해서는 미 주류 섬유업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안다. FTA가 체결당사국간 윈-윈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섬유부문만큼은 원산지 규정 개선이 꼭 필요하다." ◇4~5년 후 관세효과 커질 것 원단 구 회장: "한국산 원단을 수입하고 있고 FTA 관세 혜택을 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당장 한국산 원단 값이 오른 것에 비해 관세 인하폭이 미미하기 때문에 체감효과가 적을 뿐이다. 4~5년 이상 지나게 되면 관세효과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자바에는 원단 수입상들의 창업이 늘고 있기도 하다. 대충 20여 곳 이상은 늘어난 것 같다." 봉제 이 회장: "중국의 생산기지를 자바로 옮기는 업체들이 조금씩 늘면서 로컬 봉제업을 찾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극히 일부지만 대형 의류업체가 제조량 확보를 위해 봉제공장과 좋은 조건으로 단독계약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런 식으로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다시 기피업종이긴 해도 다시 봉제업으로 인력이 몰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의류 김 회장: "FTA 섬유부문 활성화를 위해 양국정부와 KOTRA, 총영사관 등 한국의 정부파견기관들도 양국 섬유업에 실제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FTA세미나나 실무상담 등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참석자 크리스토퍼 김 의류협회장, 구본준 원단협회장, 이희복 봉제협회장, 사회= 김문호 경제부 기자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